북한군을 때려잡는데 심의에 걸려서 출시가 늦어진 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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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군을 때려잡는데 심의에 걸려서 출시가 늦어진 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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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벌서 30년 전이 되어가는 1998년 연말

전세계적으로 갓 출시된 어느 한 게임이 한국에서 심의에 걸려 판매가 금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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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땐 30년이 지났는데도 이러고 있을 줄은 몰랐음 ㅋ)

야겜이었을까? 아니다. 

도박겜이었을까? 아니다.

(바다이야기 사태가 발생하기 전임)

이 게임이 심의에 걸린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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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분단상황을 소재로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게임은 Falcon 4.0, F-16을 조종하는 비행시뮬레이션 게임으로,
게이머가 F-16을 조종하게 되는 배경이 한반도이며, 
조종하며 하는 일은 한-미 연합군의 F-16 조종사가 되어

다시 터진 한국전쟁에서 주어진 임무를 수행하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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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croprose 사의 Falcon 4.0


90년대에는 이런 소재 자체가 문제였는지...

아니면 게임 치고는 꽤나 상세했던
공군 비행장 위치, 활주로 형태, 배치된 비행단 등의 정보가 문제였던 건지....
(아마 이게 이유였을 것임)

게임에서 캠페인을 시작하면, 

서산, 충주, 군산, 오산 등등 F-16이 배치된 기지를 고르고 

그 기지에 배치된 비행단 중 하나를 골라 조종사로 복무하게 되는데,

현재 기준으로도 그것이 정확한 정보라면 군사보안에 해당될 수도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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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에도 화제였던 500페이지가 넘던 매뉴얼)

아니면 메뉴얼에 자세하게 설명되어 있던 내용이 보안사항이라고 봤을 수도 있고.



암튼 Falcon 4.0은 심의 철퇴를 맞아서 출시가 금지되었으며, 

게임물에 대한 심의가 완화된 2003년에야 정식 출시된다. 



실제로 게임을 하다 보면 북한 공군 비행장 폭격 임무가 뜨곤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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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원산-갈마 비행장, 구글맵 + 원랜 평행한 활주로가 없었음. 원산에 관광객을 많이 받으려고 확장했다고 함))

이 원산-갈마 비행장도 비슷하게 구현되어 있어, 
항상 저 활주로들이 교차하는 지점에 폭격하려고 애를 썼었고,

성남 비행장에 이착륙 할 때 서로 비스듬하게 배치된 두 활주로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후 롯데타워가 건설되며 활주로 방향이 바뀐다.)

서울에선 잠실 올림픽 경기장을 볼 수 있었고

평양에선 류경호텔과 능라도 경기장을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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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경호텔, 평양 폭격하러 가면 진짜 있었음)

이 게임은 지금까지도 그 어떤 경쟁작도 제공해주지 못한 개꿀잼 컨텐츠를 가지고 있는데, 

그것은 "동적 캠페인"이다. 


이 게임에서 "캠페인"은 피파나 위닝의 커리어 모드랑 비슷한데...

내가 기지와 비행단을 고르고 캠페인 시작을 누르면, 

그 때부터 개꿀잼 시즌(전쟁)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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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의미로 개꿀잼 시즌임)

그리고 그 전쟁에서 다른 게임처럼 정해진 임무를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그때그때 변하는 전장 상황에 따라, 

내가 배치된 비행단이 수행해야 하는 작전 목록이 뜨고, 그 중에 하나 골라서 출격하는 식이다. 

그리고 그 출격에서 내가 해낸 성과가 전장에 반영된다. 

예를 들어, 개전 초기 북한군 기갑사단이 남하하고 있다면, 
이를 지연시키기 위한 다리 폭격임무가 뜨고, 
나와 우리 편대가 그것을 성공시키면
북한군 기갑사단은 다른 경로로 우회하게 되고, 

그 우회하는 기갑사단을 조지기 위한 근접항공지원 임무가 뜨고, 
그걸 성공시키면 아군이 방어에 성공하며
지상군이 공세로 전환해서 북진하기 시작하고, 
그 지상군의 머리 위를 지키기 위한 전투공중초계 임무가 뜨고~

또는, 적 공군기지 폭격에 성공해서 활주로를 박살내 놓으면, 
해당 기지에서 이륙하던 북한 공군기들은 활주로가 복구 되기 전까지는 
하늘에서 만날 일이 없다. 

이렇게 내가 한미연합공군 F-16조종사로서 하루 하루 한 두 임무씩 잘 소화하다 보면
지상군이 북진하고 보통 평양이 따인 어느날 북한이 항복하며 캠페인이 종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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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로 임무 실패하거나 다른 임무가 성공하도록 지원하지 못하거나 아군 오폭하거나 하면... 이렇게)

이러한 임무는 하나씩 뜨는 것이 아니고, 십수개의 임무가 동시에 뜬다, 

적 후방차단을 위한 종심침투 후 폭격,

이 폭격임무를 맡은 편대를 호위하기 위한 호위

최전선에 대한 근접항공지원,

특정 공역을 방어하는 전투공중초계, 

후방의 조기경보기등 고가치 자산 보호를 위한 초계임무 등등

심지어 폭격 후 전과 확인을 위한 정찰(사진촬영) 임무도 간간히 뜬다. 

여기서 그때 그때 하고 싶은 임무를 골라서 출격하면 되는 것.


남북한의 전면전이 벌어지는 캠페인 시간은 실시간으로 흐르고(시간 가속 가능)

게임의 AI가(전쟁 지휘부) 전장 상황과, 전쟁 목표 등을 고려하여 임무를 생성하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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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번이고 1000번이고 게임을 할 때마다 새로운 상황이 연출된다. 

그리고 내가 아무리 열심히 해 봤자, 
그저 전술기 1기를 조종하는(약간 크게 보면 편대까지) 조종사이기 때문에,
전체 전황에 영향을 줄 순 있지만, 그것이 아주 큰 영향이 아닐 수도 있었고,
(나는 잘 했는데, 옆에 AI가 수행한 임무들이 실패해서 망함)

이러한 특징이 게이머가 게임 속 세상에서 전쟁을 수행하는 조종사가 된 것 같이 느끼게 해주는 요소였다. 

개인적으로 기억에 남는 임무는

중국이 결국 참전했고, 이 놈들의 전투기들이 자꾸 북한 상공에서 우릴 방해했기 때문에,
센양(선양) 비행장을 폭격하고 오라는 장거리 폭격 임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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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16으로 다녀오기엔 꽤나 멀고 험난한 길)

이 캠페인도 세이브 로드 신공은 유효했기 때문에 여러번 시도했는데, 
이륙-공중급유-살아서 폭격-복귀-공중급유-착륙의 과정을
겨우 성공하고 끝내려는 찰나 게임이 튕겨서 빡종했던 기억이 난다. 



 이러한 대체 불가능한 동적 캠페인과 
Microprose가 망하고 Falcon 4.0의 소스코드를 공개한 덕분에

이 게임은 출시 후 20년이 훌쩍 넘도록 팬들이 본인 시간을 쪼개어 개량해오고 있어, 
현재도 패치 후 기준으로 그래픽이나 구현도가 높은 수준급의 게임이 된다. 
(스팀에서 7700원 주고 원본 사서 공짜인 BMS 패치 하면 끝)

그 땐 어떻게 했는지 몰라도, 
조이스틱 없이 키보드로 조국 통일을 서너 번 이상은 시켰으니 관심이 간다면 한 번 츄라이~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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