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름 76cm 파이프 안에서 죽어간 남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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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시간전
2022년 2월 25일,
트리니다드 토바고 서쪽 해안가 도시인 산 페르난도.
그곳에 위치한 정유시설에서 수중 작업을 하던 다이버 5명이 지름 76cm의 해저 송유관 속에 고립된다.
그들은 다이빙벨을 이용해 작업을 시작했다. 송유관은 저압, 다이빙벨은 고압이기에 그 둘의 압력차로 인한 "빨려들어감"을 방지하려고 플러그를 송유관에 끼워넣었다.
문제는 회사에서 이 플러그를 처음 설치했다는 것이다. 면밀한 계획과 관리가 필요한 장비지만 사전준비가 이뤄지지 않은 채 작업 2주전에 설치한 플러그는 다이버들이 밸브를 풀자마자 순식간에 송유관 속으로 빨려들어갔다. 그리고 그것은 다이버들도 마찬가지였다.
빨려들어가던 그들은 어느 순간 멈춰섰는데, 다행인 것은 송유관 내에 에어포켓이 있었다는 것이다. 기름과 물로 뒤섞인 에어포켓 속에서 그들은 모두 살아있는 것을 확인한다. 그들은 천천히 파이프 속을 기어가며 빠져나가기로 결심했다.
문제는 그들이 들어온 쪽이 어디인지 모른다는 것이었다. 크리스는 머리로 들어왔으니, 거꾸로 기어가야 한다고 생각했고, 나머지 네 명은 반대로 생각했다. 그들은 다수의 의견을 따르기로 하며 천천히 머리를 앞으로 기어가기 시작했다. 안타깝게도 네 명의 다이버들이 부상으로 움직일 수 없는 상태가 되었다.
유일하게 부상당하지 않은 크리스는 기어가는 도중에 발견한 산소탱크 중 하나를 가지고 혼자 가기로 결심했다. 그는 나머지 팀원들에게 무조건 구조대와 함께 돌아오겠다고 약속했고, 팀원들도 그가 탈출에 성공하기를 기원했다. 가는 도중에 산소탱크의 산소가 고갈되어 죽을 위기에 처하기도 했지만, 기적적으로 또다른 산소탱크를 발견해 입으로 기름과 바닷물이 들어오는 와중에 산소탱크를 교체하며 살아남는데 성공한다.
(*산소탱크는 그들이 파이프 속으로 빨려들어가면서 같이 휘말린 것)
그는 축구장 3.5개의 길이가 넘는 송유관 속을 기어갔고, 꺾이는 부분을 발견해 위로 올라갔다. 그는 기적적으로 탈출에 성공해 구조되었고, 의료진들에게 나머지 동료들이 여전히 살아있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다이버들의 회사인 LMCS는 구조 다이버들을 내려보냈고, 파이프를 두들기며 생존자가 있음을 확인했다.
그러나 송유관의 소유주인 Paria Fuel Trading Company는 구조시도를 허가하지 않았다. LMCS는 자신들의 구조대만으로는 그들을 구조할 방법을 찾지 못했다.
(사진 맨 왼쪽이 유일한 생존자 크리스)
결국 크리스를 제외한 네 명의 다이버들은 모두 파이프 속에서 끔찍한 최후를 맞이했고, 회사는 며칠이 지난 후에야 그들의 시신을 꺼낸다.
2024년 1월 26일, 트리니다드 토바고의 조사위원회는 Paria Fuel Trading Company측에게 법인 살인(기업 살인) 혐의가 있다고 판단하면서 조사를 마무리했다.